영동 공용 창고

페어리테일 본부는 언제나 시끄럽다.

수많은 마도사들이 사고를 치고 축제를 즐기며 의뢰를 받아들이고 또 생활하는 곳이니 당연히 시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시끄러운 소란 중심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명은 페어리테일 12년차이자 길드내 최고의 애주가. 그리고 카드마법이 주특기인 카나 알베로나, 다른 한명은 4년전 미스트건이 주워온 4년차의 길드원이자 안경이 챠밍포인트라 자부하는 어딘가 조금 어두운 청년인 아인 아니무스.

두사람은 지금 술이 가득차다 못해 넘치고 있는 오크 술통 두개를 자신들 앞에 두고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겨주겠어!"

"헹, 오늘도 나에게 돈을 바치려고 작정했구나. 술마시기 승부로 나랑 돈내기를 하다니-"

카나는 자신에게 승부를 건 아인을 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페어리 테일 내에서 주량만큼은 확실히 S급이라 칭해지는 카나인 만큼 그 표정에는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카나에게 1만"

"카나에게 5만!"

"뭐야 아인에겐 없는거야?"

"없는건 아닌데 두명정도 뿐이야"

"배율한번 극악하네"

"솔직히 누가 이길거라 생각하겠어. 저 주신酒神 카나에게"

"하기사..."

"거기 외야 조용히해!"

아인은 흥분했는지 삿대질을 하며 돈을 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외쳤다. 외야의 상황은 이미 아인의 패배를 점찍은 상황. 당연하게도 아인으로선 기분 좋을리 없었다.

"이번엔 반드시 이겨준다. 지금까지 잃은 돈 모조리 따주마"

"과연 그게 가능할까나~"

카나의 여유로운 표정에 아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카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나에게 부담을 주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내 인상을 풀며 미라젠을 향해 말했다.

"신호 해줘."

"그럼... 준비, 시작!"

미라젠의 외침과 함께 아인과 카나 두사람은 오크통나무를 잡고 그대로 입안으로 술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신다란 느낌이 아닌 퍼붓는다- 그것이 두사람이 술을 마시는 방식이었다.

다른 애주가가 이 광경을 본다면 당장에 술통에 빠뜨려 죽일놈이라고 외쳤겠지만 지금 두사람에겐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술은 빠르게 비어갔고 3분이 지나기도 전에 술통 안에 있던 술의 반이 두사람의 위장으로 사라졌다. 두사람 페이스를 생각해볼때 앞으로 2분 정도 있으면 여남은 반정도의 술도 사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 페이스대로 갈까... 아니 좀더 올리자'

안그래도 엄청난 술을 들이키고 있던 아인은 카나에게 이기기 위해 한층더 페이스를 올리며 술을 들이키는 양을 늘렸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며 카나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자신이 승리했다는 확신에 찬 눈이었다.

아인이 그것을 깨달은것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챈 직후였다.

"쿨러!"

술통으로 역류하는 술, 카나는 어느샌가 술통을 거의 직각으로까지 세우며 통안에 여남은 술을 완전히 마셨다.

퉁 퉁 퉁-

카나가 탁상위에 술통을 놓자 술통에서는 비었음을 증명하는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반면 같이 놓은 아인의 술통에는 아까 역류한 분의 술에 의해서 둔탁해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바보- 아무리 마시는 양이 많아도 넘어가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고! 자, 약속한 대로 돈을 내놔!"

"큭!"

카나의 말에 아인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지갑의 돈을 넘겼다. 아니 넘기려 했다.

풀썩-

지갑의 돈을 꺼내려는 순간 풀썩 주저 앉은 아인, 어느샌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아인은 몇번의 딸꾹질 후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술에 취한건가?"

"설마, 아인 녀석도 카나만큼은 아니지만 술 센편이잖아"

"아냐. 아까 들이킨 양을 생각해보라고. 아무리 술이 센 녀석이지만 그만한 양을 한번에 마셨다면..."

"확실히.."

"게다가 이번에 준비한 술 꽤 독한거잖아."

"뭐야... 기절해버린거야?"

카나는 알콜로 인해 약간 붉어진 얼굴로 아인 옆에 주저 앉아 그의 뺨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아인... 아인-"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아인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울티아의 모습이었다. 자신보다 연상이자 실험의 실험체, 그리고 동시에 실험의 책임자인 울티아는 싸늘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험 시간이다. 아인-"

"벌써 시간이 된거야?"

"얼른 가라, 그 빌어먹을 인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예전과는 다른 싸늘함이 가득한 목소리. 탈출하고 다시 잡혀온 울티아는 예전과 달리 상냥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울티아에게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아인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실험실쪽으로 향했다.

더 늦었다가는 또 어떤 명목으로 괴롭힐지 몰랐던 탓이었다.

실험실에 도착하자 보이는것은 새하얀 백의를 걸친 마법사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 개발국의 책임자라고도 할 수 있는 브레인은 이 자리에있는 그 누구보다도 흉흉한 기운을 발하며 뭔가를 실험하고 있었다.

어차피 브레인에게 실험당하느니 다른 마법사에게 실험받는게 몇배 났기때문에 아인은 다른 마법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짜리몽땅한 체형에 안경을 쓴, 대머리인 마법사가 아인을 불렀다.

"아인, 왔나?"

"댁이 날 찾은거야?"

"뭐 그렇지. 브레인 녀석은 지금 새로운 장난감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 한동안은 내가 널 담당하게 될거다."

"장난감인가... 알고는 있지만 역시 직접 들으면 기분이 나쁘네"

"나쁘다면 어쩔 거지? 반항이라도 할텐가? 너도 알고 있겠지만..."

"알고 있어. 그러니까 반항하지 못하는거잖아."

아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대머리 마법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마법개발국에 있는 '실험체' 전원에게는 마법개발국에서 만들어낸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개발국 마법사의 신호에 따라 착용자의 마력을 헤집어 고통을 주고 경우에 따라선 마력폭발을 일으켜 실험체를 완전히 말소시키는. 그러한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 실험체로 있는 존재들은 아무리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있더라도 함부로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뭐 오늘 실험을 별거 아니고 말이지..."

석문으로 닫혀있는 방에 도착한 마법사는 석문을 열고 방안으로 아인을 들여보냈다. 안에는 빽빽하다 못해 벽의 원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한 마법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중 복합 마법진으로 만들어낸 중력속에서 너의 '영역'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 가에 대한 실험이란다."

"살아남을 수 는 있으려나..."

"걱정마라 죽을 일은 없을테니. 뭐니뭐니해도 너희는 귀중한 실험체니까 말이야."

아인이 방 한 가운데 서는 것을 확인한 대머리 마법사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이 완전히 닫히자 아인은 자신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도메인-"

'영역'을 구축한 아인은 영역속에서 중력을 상쇄하기 위한 갖은 방법을 찾았다. 별개의 공간을 구축해 중력 차단을 시도해 보거나 아니면 영역의 속성을 역중력으로 해 중력을 상쇄시키거나 그것도 아니면 방벽을 만들어 중력의 영향을 줄이거나.

하지만 어느 방법을 쓰더라도 아인에게 가해지는 중력은 조금도 줄어들 기색이 없었다. 아니 도리어 늘고 있는듯 했다. 결국 구축해둔 영역을 모조리 소모하고만 아인은 비대해진 중력에 눌려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자신을 이 방에 가둔 대머리 마법사에 대한 욕을 한껏 내뱉으며.

 

"큭..."

이제는 기억하기도 싫은 옛날일을 떠올린 아인은 고개를 저으며 지끈 거리는 머리를 털었다. 조금 정신을 차린듯 상체를 일으킨 아인이 본것은 다름아닌 차가운 물 한잔을 든채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미라젠의 모습이었다.

"아인, 일어났어?"

"미라젠... 내기는?"

"네가 졌어. 돈을 지불하려다가 취해서 기절해버린 바람에 카나가 직접 돈을 꺼내갔고."

"한푼도 안남았겠군."

"아니, 하루 밥값정도는 남겨두겠다는데?"

미라젠의 말에 아인은 손에 있는 자신의 지갑을 바라보았다. 지갑에 남아 있는 돈은 1000J 나츠같이 특별식이 아닌 일반인 하루식사 금액의 평균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쓸데없는 짓을..."

"그래도 전부 가져가는것보단 났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미라젠에게서 차가운 물을 받아 든 아인은 아까와 같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움 때문인지 머리는 지끈거렸지만 다행이도 정신은 확실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크아.. 울린다."

"그 독한 술을 통째로 마시니까 그렇지."

"카나는 괜찮았잖아."

"걘 예외라고-"

 

미라젠의 말에 아인은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의뢰 게시판을 향해 걸어갔다. 카나와의 내기에서 돈을 왕창 잃어버렸기에 그것을 벌충하기 위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어디보자... 마수퇴치, 도적퇴치... 변변찮은 일들 뿐이네."

대개 5만에서 10만J정도의 어딘가 아쉬운 금액. 아인은 15만 이상의 제법 돈이 되는 의뢰를 찾기 위해 천천히 게시판을 살폈다.

잠시 후, 아인은 게시판 구석에 있는 30만J에 달하는 금액이 걸린 의뢰를 볼 수 있었다.

"어디어디... 괴도 퇴치인가?"

"아, 그 의뢰? 남쪽 마을에 살고 있는 부호가 한 의뢰인데 자기집 가보를 노리고 있는 괴도로 부터 가보를 지켜달라는 의뢰긴 한데... 그 부호 좀 질이 안좋은것 같더라고."

"뭐, 그러니까 이정도로 의뢰비를 건거겠지. 이거 가져간다."

아인은 괴도 퇴치라 적힌 의뢰용지를 떼내며 길드 밖으로 나섰다.

 

"어서오게나. 마법사 제군."

아인이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자 아인과 같은 의뢰를 받은 타 길드 마법사들이 눈에 띄었다. 아인이 마지막에 도착한 것인지 아인이 도착하자 마자 저택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중년 남성이 단상에 올라가 말을 시작했다.

"내가 의뢰자인 리트 배너일세. 최근 30면상이라는 괴도가 각지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 그가 내 집의 가보를 훔치겠다고 예고장을 보냈네. 솔직히 말해 무지 불쾌한 일이지. 한낮 괴도가 유서 깊은 우리가문의 가보를 훔치겠다니 말이지."

'유서 깊디는 이제 고작 3대째인 벼락부자가'

부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은 거의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사전에 정보를 수집한 마법사들은 부호의 집안 사정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유서깊으니 뭐니 자랑을 하고 있으니 마법사들로서는 아니꼬울수밖에 없었다.

돈을 받아야하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고로 그 괴도를 잡거나 퇴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체포에 성공한다면 보수는 기존에 제시한 20만J의 4배인 80만J를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대박이다!'

이런 소규모 의뢰에서 100만J면 상당히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토벌 의뢰급의 금액까진 아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드는 노력에 비하면 대박이란건 틀림이 없었다.

"내가 잡는다!"

"아니, 내가 잡겠어!"

갑자기 높아진 보수에 의욕이 가득한 마법사들, 하지만 딱 한명 아인 만큼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듯 하품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돈은 많은게 좋다지만 귀찮은것은 싫어하는 아인 성향상 추가급이 높다고 해도 잔업이나 귀찮은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쓸데없이 기운좋은 마법사들이 바깥을 지원해 나서고 의욕없는 아인은 그냥 안쪽을 지키는, 사실상 도달하지 못할거라 생각되는 가보 옆을 지원했다. 나름 실력있는 마법사들이 저렇게 의욕을 높이는 이상 괴도란 녀석도 금방 잡힐것 같았다.

"뭐 나로선 공으로 돈버는 셈이니 상관은 없지만."

하품까지 해가며 가보 옆에서 졸고있던 아인은 문 너머로 다가오고 있는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나 고개를 흔들었다. 한두명의 인기척이라면 경계할 필요는 없었지만 10명에 가까운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 아인은 수상함을 느꼈다.

"왜 그런가 자네"

졸고있던 아인이 느닷없이 일어나자 함께 가보의 옆을 지키고 있던 부호 리트는 놀란 표정으로 아인을 바라보았다.

아인은 리트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은채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잠깐, 말좀 해보게. 왜 계속 문을 바라보고 있는건가!"

"아무래도 밖에 녀석들 전부 당한건가?"

"무슨-!"

비싼돈을 주고 고용한 이들이 당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리트는 그것에 대해 묻기 위해 아인을 봤으나 아인은 리트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몇개의 창을 형성해 문쪽을 향해 던졌다.

쾅!

폭발음에 가까운 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며 수개의 인영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놀란 리트는 가보옆에 붙어서 주위를 살폈고 아인은 귀찮은듯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기세만 좋았던건가... 아니면 괴도의 실력이 좋았던건가. 어느쪽이든 귀찮기 짝이 없군"

"자, 배너가의 가보를 내 놓으실까?"

"순순히 내놓는다면 아픈꼴만은 면할거다."

"네... 네녀석 괴도 30면상. 길드의 마법사들이 무섭지도 않으냐!"

"그런 어설픈 놈들따윌 겁낼거라 생각하나. 이 30면상님이."

자신만만한 괴도 30면상을 보며 아인은 귀찮은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어설픈놈들인것 같네. 입만 산 녀석도 못잡는걸 보면"

"네 녀석은 누구지?"

아인의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흑의를 걸친 괴도 30면상중 한명이 아인을 향해 물었다. 아인은 오른쪽 어께에 있는 길드의 문양을 보여주며 말했다.

"페어리 테일의 마법사 아인 아니무스. 귀찮은게 싫은 평범한 마법사야"

"그렇게 귀찮은게 싫다면 편하게 해주지!"

30면상의 외침과 함께 마법구를 든 흑의인 셋이 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얼핏 보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아인은 너무나도 태평 스럽게 서 있었다. 그리고 세사람의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

아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아인을 공격하던 셋은 창문 밖으로 날려져버렸다.

"뭐.. 뭐지 방금?"

어느샌가 사라진 아인, 그리고 무언가에 당해 날려진 흑의인들. 괴도 30면상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해 불가능의 상황에 당황하며 경악성을 터트렸다.

"별거 아니야. 그냥 내 공격에 맞아 날려진것 뿐."

"아닛!"

갑작스럽게 코 앞에 나타난 아인의 얼굴을 보며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좀 과하다 싶은 반응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놀랄만도 했다. 사라졌다 생각한 인물이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왠지 타격감이 별로던데... 저거 사람 아니지?"

"네가 알 필요는 없다!"

30면상의 외침에 여남은 흑의인들이 아인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수는 여섯, 아까의 두배정도 되는 인원이었지만 아인은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방씩이면 충분하니까."

스팟-

"뭣?"

퍼벅퍽퍽퍽-

순식간에 사라진 아인, 그리고 그보다 조금 늦게 들려오는 연속적인 타격음. 그리고 타격음과 동시에 날려져 벽에 부딪히거나 밖으로 날려진 흑의인들.

그 가운데에는 아까전에 사라졌을 아인의 모습이 떡하니 서 있었다.

"설마 이런녀석들에게 당한건가... 도대체 얼마나 약한 녀석들이 온거야?"

아인은 정말로 한방씩에 뻗은 흑의인 들을 보며 어이 없어했다.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이었기에 정말 한방에 뻗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렇게 약한 녀석들에게 당했으니 바깥 녀석들의 수준도 알만했었다.

"잠만 자고 있길래 약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뭐... 약하지는 않아. 남들 만큼 할 뿐"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30면상을 향해 다가갔다.

"그럼 남은건 너 뿐인가. 순순히 잡혀주지 않을래 귀찮으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나 혼자라고."

"뭐?"

아인의 반문과 동시에 30면상의 등 뒤에서 십수명, 아니 수십명에 달하는 흑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아무도 없었건만 갑작스럽게 수십명이 생겨난 것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전이는 아닌것 같고..."

"이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네놈의 강함따윈 소용 없다!"

깔보는 말투에 아인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30면상을 향해 마력으로 구현한 창을 날렸다. 불시 기습이었던 데다가 속도도 상당한지라 어렵지 않게 30면상의 어께를 꿰뚫었다.

하지만 아인은 30면상에 반응에 이상함을 느끼고 인상를 찌푸렸다.

"이 느낌은... 아까 날린 놈들과 같아?"

펑-

풍선이 터지는듯한 가벼운 소리에 고개를 돌린 아인은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 흑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비슷한 소리와 함께 아인의 창에 맞은 30면상이 사라져버렸다.

"분신인가..."

[그렇다! 나의 분신 마법인 서틴- 언제나 나의 실력과 동일한 30명의 분신을 만들 수 있고 또 그 분신중 하나라도 남으면 마력이 남아나는 한 얼마든지 불어날 수 있지. 나의 서틴 앞에 적은 없다!]

분신 속에 모습을 숨겼는지 울리는 소리로 외쳤다. 분신을 통해 말한것인지 아니면 마법구를 통해 말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고작 그정도 가지고 무적이긴. 어차피 분신이야. 본체만 찾으면 금방 처리 가능하다고."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1:30인 이 상황에서?]

30면상의 비웃음에 아인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했다.

"찾을 생각따윈 없어. 찾을 필요도 없고."

[허세를 부리다니..]

"허세가 아닌데 말이지..."

[죽엇!]

아인을 향해 쏟아지는 분신들. 일견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아인은 여유롭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인을 향해 공격하던 분신들은 뭔가에 부딪힌듯 튕겨 나갔다.

[뭣!]

"사실 수가 얼마가 되던 그냥 다 날려버리면 되니까 말이지. 너정도 상대라면 그게 가능하니까-"

어느새 생겨난 무수한 창들. 전면 만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그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그 창들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 사나운 기세를 뿜어냈다.

"쏟아지는 유성. 슈팅스타-"

아인의 말과 함께 흉흉하기짝이 없는 수백발의 창이 사방팔방으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자, 가보도 지켰고 괴도 30면상도 잡았습니다. 의뢰 완료입니다."

"어버... 어버버버..."

"너무 기뻐서 말이 안나오시나 보네요"

"너무 화나서다!!"

남쪽마을의 부호 리트 배너는 아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괴도도 잡고 가보도 지키긴 했지만 그가 살고 있는 집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렸으니까 말이다.

아인이 괴도를 잡기 위해 사용한 슈팅스타는 괴도의 분신을 모조리 없에버리는 것으로 모자라 집 전체에 구멍을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집 전체에 생겨난 구멍에 의해 집은 무너져 내렸고 새로 구축한 영역으로 보호한 가보와 부호만이 무사했다.

집이 무너져 내린 여파로 1층에 있던 기절한 마법사들과 슈팅스타에 직격당한 괴도 30면상은 중상을 면치 못했는데 사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해야할 수준이었다.

"에이, 페어리테일에 의뢰했다는건 각오했다는 거잖습니까."

"뭘?"

"집이 무너지는 것 정도는 사실 이정도만해도 페어리테일에선 얌전한 편이고"

사실 전혀 얌전한 편은 아니지만 페어리테일의 상위랭킹의 실력자들이 벌이는 일들 치고는 상당히 얌전한편이었다.

나츠의 경우 마을 반파에, 엘자의 경우 마을 대파, 길다트의 경우 전용 도로를 만들어야만 했고 다른 멤버들도 집 완파정도는 우습게 여길 정도의 사고를 쳐댔으니 이건 약과라고 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런고로 의뢰비 부탁드립니다. 100만J."

"남의 집을 다 박살 내고선 의뢰비 얘기가 나오냐!!"

부호의 외침에 아인은 곤란한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 일이 평의회에 보고되어 페어리테일의 사건사고 기록에 한줄이 더 추가되게 만들었지만 이것은 사소한 일-

이것은 페어리 테일의 소속된 한 마도사의 정말 사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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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에 이렇다할 SS가 없다는 한탄하에 뜬금없이 세사람이 뭉쳐서 쓰기 시작하는 릴레이입니다.

저 말고 나머지 두 사람의 정체는... 뒤를 기다려 주시길.

이 이야기는 페어리 테일에 소속된 별거있는 마법사들의 별거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다룬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