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공용 창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쓰러져있던 아인 아니무스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아직 온몸이 쑤시고 마력도 안정되지 않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으나 아인은 힘겹게 일어서며 주위를 살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니 정신을 잃고 있는 루시가 눕혀져 있었고 마부석에는 리더스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몰고 있었다.
"리더스..? 무슨 일이야, 이 마차는?"
"아, 깨어났어 아인? 지금 전력으로 은신처로 향하는 중이야."
"은신처? 거긴 왜? 내가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상처가 욱신거림에도 불구하고 아인은 일어나서 리더스를 향해 다가갔다. 몸 상태도 안좋은 데다가 심하게흔들리고 있어서 몇번이고 쓰러질뻔 했으나 무사히 리더스 옆에 도착해 앉은 아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설마 팬텀로드가 습격이라도 한거야?"
"일차적으론 우리가 먼저 공습했지만 말이야. 팬텀로드의 마스터인 조제의 계략에 의해 마스터가 부상을 입었고 지금 팬텀로드의 이동 길드가 우리 길드를 향해 쳐들어 온 상황이야. 난 미라젠의 부탁을 받고 중상자인 너와 팬텀로드의 목표가 된 루시를 데리고 은신처로 향하는 중이고"
"당장 길드로 돌려!"
빡-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지금 내 주먹도 못막을 정도로 약해진 상태잖아!"
리더스는 무리하게 자신을 막으려던 아인에게 한방 날린 후 다시 고삐를 강하게 쥐었다.
"리더스 이자식... 해줬겠다!"
"네놈을 진정시킬 수 있으면 몇번이고 해주마!"
리더스는 다시한번 주먹을 날려 아인을 기절 시킨 후 고삐를 흔들며 말을 재촉했다.

엘자가 주피터를 막은지 6분째
마도포 주피터를 박살내기 위해 해피와 함께 팬텀로드의 이동길드 안으로 잠입한 나츠 드래그닐은 마수정을 박살내려던 찰나 등장한 인물에 의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비켜!! 난 그 대포를 박살내야 해!!!"
"그렇게 두지않는다고... 말 했을 텐데?"
나타난 것은 팬텀로드의 S급 마도사인 엘리멘트4 중 한명인 대화大火의 토토마루,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지금 나츠에게 중요한것은 그의 존재가 아니었다.
"꼬박꼬박 말 대꾸 하지 마! 난 바쁘단 말이야!!"
주먹에 불꽃을 발하며 돌진하는 나츠, 나츠의 주력기중 하나인 화룡의 철권이 토토마루를 향해 뻗어지는 순간. 나츠의 주먹은 토토마루에게 채 닿지 못한채 자신의 얼굴을 향해 비틀어졌다.
빡-
자신의 얼굴에 화룡의 철권을 박아넣어버린 나츠는 몇바퀴 구르고서 의아한 표정으로 손을 폈다가 쥐었다가를 반복했다.
"어떻게 된거지?"
"화염계 마법사인가... 아무래도 상대가 좋지 않군, 나는 불의 엘리멘트를 다루는 자. 모든 불은 내 제어아래 있다. 자연계의 불도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도 전부 말이다-"
자신감 넘치는 토토마루의 말에 나츠는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불을 빼앗긴 것이 무척이나 화가난듯 했다.
"내 불은 내거야!"
"블루 파이어!"
화가나 돌진하던 나츠를 가로막은 것은 차가운 불꽃, 뜨거운 불의 열기가 아닌 얼음같은 차가운 냉기를 발하고 있는 새파란 불꽃이었다. 몸이 얼것 같은 냉기의 불꽃에 휩쌓인 나츠는 그 한기에 괴로움을 느끼다가 곧장 자신의 몸을 감싼 파란 불꽃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단번에 그 불꽃을 먹어치운 나츠는 입안에 느껴지는 한기에 조금 놀라며 토토마루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 불꽃, 차갑잖아!"
"호오, 과연 전설의 멸룡마도사란건가. 그나저나 이 대결 재미없게 됐군."
"무슨 말이지?"
토토마루의 말에 나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은 급해죽겠는데 뭐가 재미없게 됐단 말인가. 자신에겐 그런 토토마루의 말이 짜증나기 그지 없었다.
"나는 네 불꽃을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넌 내 불꽃을 먹어 치우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는 천일수千日手상태다. 뭐 나로선 상관없는 일이지. 어차피 앞으로 몇분 후면 마도포 주피터의 마력은 완전히 충전이다. 즉 우리들의 승리란 말이다."
"그렇게 둘까보냐!!!"
나츠의 외침과 함께 전신에서 발해지는 맹렬한 불꽃. 마수정이 있는 이 방을 완전히 뒤덮을 기세로 맹렬하게 발해진 이 불꽃을 보며 토토마루는 질린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득의 양양한 표정으로 나츠를 향해 말했다.
"방금 말했잖아. 네 불꽃은 내 제어아래 있다고 말이야"
토토마루는 방을 뒤덮은 나츠의 불꽃을 제어하기 위해 마력을 풀고 양 손을 뻗었다.
토토마루를 향해 휘몰아치던 불꽃은 이내 그의 양손에 휘감기며 손바닥의 불꽃의 구체를 형성되었다.
"그러고보면 듣자하니 멸룡의 마도사는 자신의 속성에 해당되는 속성은 먹을 수 있지만 자신이 내뿜어낸 것은 먹어치우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인지 확인해 볼까나!"
토토마루는 자신의 양 손에 형성된 화염탄을 나츠를 향해 내던졌다. 불꽃을 제어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던 나츠는 채 피하지 못한채 토토마루가 던진 자신의 불꽃을 정면으로 받아야만 했다.
"앗뜨뜨! 앗뜨뜨!"
화염탄을 정면으로 맞은나츠는 자신의 불꽃을 뒤집어 쓴채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멸룡의 마도사는 자신이 내뱉은 것은 다시 삼킬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이 내뿜은 불꽃을 적이 사용한다면 이쪽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방금전 말은 정정하지- 이 싸움은 나의 승리일 듯 하군."
"이익-!"
나츠 드래그닐은 다시한번 불꽃을 발하며 토토마루를 향해 돌진했다.
"소용 없다고 말했을 터!"
발해지는 나츠의 불꽃을 제어하려던 토토마루는 갑작스럽게 제어가 원활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제어를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나츠의 모습을.
"나의 제어를 벗어나겠다고! 네 마력의 형태가 불꽃인 이상 그것은 무리다!!"
토토마루는 제어를 한층 더 강하게 하며 나츠를 향해 불꽃이 향하도록 했다. 자신의 마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마도사로서는 상당히 치욕적인 죽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속에서 나츠는 이빨을 드러내며 힘껏 소리쳤다.

"이 불꽃은 나의 불꽃이야. 네깟놈이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나츠의 외침과 함께 나츠의 불꽃은 토토마루의 제어에서 벗어나 나츠의 양 주먹에 모여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나의 제어가 듣지 않는다고?!"
"우리 길드를 건드린게... 너희들의 실수다!!"
나츠의 손에 몰려든 불꽃은 나츠의 맹렬한 권격과 함께 그 위력을 해방했다.

"화룡의 황염!!!!"
나츠의 외침과 함께 해방된 불꽃은 토토마루의 비명성과 함께 마도포 주피터의 동력인 마수정을 박살내버렸다.

은신처에 도착하고 약간의 후 리더스에게 맞아 기절했던 아인은 몸 여기저기에서 고통을 느끼며 몸을 튕기듯이 일으켰다.
"일어났어?"
"야 임마 리더스, 아깐 잘도 날 패줬겠다!"
아인은 온몸이 쑤시는 고통속에서도 리더스의 멱살을 잡으며 한방 날리려고 자세를 취했다. 물론 극심한 고통에 의해 이내 다시 주저앉아버렸지만 말이다.
"무리 하지 마. 막 약을 바른 상태이라고."
"으그그그-"
고통을 통을 호소하는 아인은 침음성을 흘리다가 고통이 가라앉자 이내 쉼호흡을 하며 몸을 진정시킨 후 리더스를 향해 물었다.
"리더스, 루시는 어때?"
"아직 기절한 상태야. 미라젠이 좀 강한 녀석을 쓴것 같더라고"
"뭐, 그렇겠지. 루시 녀석 우리 길드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길드에 대한 애착은 남과 같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팬텀 로드 녀석들 왜 루시를...?"
"글쎄... 하지만 우리가 언제 그런거 신경 썼던가? 녀석은 우리의 동료를 노리고 길드를 박살내기까지 한 녀석들이야. 이제와서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
"그건 그렇군-"
리더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인의 몸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상당히 너덜너덜하게 당한터라 몸의 부상은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갸갸갸- 좀더 살살 감을 순 없어?"
"엄살 피우지 마-"
리더스는 아인의 몸에 붕대를 다 감고 난 후 몇가지 약물을 아인의 근처에 갖다 두었다. 상처약과 마취약 종류- 로스트 매직인 회복마법이 있다면 좀더 쉽게 회복이 가능할 터이나 있다면 로스트매직이라 불릴리가 없으리라
"주변을 좀 경계하고 올게. 얌전히 누워있어"
리더스는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된 아인은 지난번에 싸운 철의 멸룡 마도사 가질에 대해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아무리 멸룡마도사가, 멸룡마법이 전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맥 없이 당한것은 자존심이 상한 탓이었다. 더구나 동료도 아닌 길드를 모욕한 이라면 더더욱.
솔직한 말로 지금의 아인의 심정으론 상처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난 후 당장이라도 팬텀로드 길드에 쳐들어가서 팬텀로드를 박살내고 가질이랑 다시한번 싸워 자신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설욕은 커녕 마법 조차 제대로 쓰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이라도 습격했다간 큰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리더스는 빈마로도 전투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뭐, 괜찮으려나. 일단은 은신처고. 적도 그리 곧장 찾아 올 수는-"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한쪽 벽이 날아가며 휑한 구멍을 내버렸다.
"흐음, 여기인건가- 루시 하트필리어가 있는 장소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아인으로서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당연하리라-
누가 자신에게 패배와 굴욕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준 이의 목소리를 잊겠는가.
아인은 숨을 고르며 몸의 고통을 진정시킨 후 마력을 집속시키며 영역을 발생시켰다. 그리고 있는체력 없는 체력을 전부 모아 일어나며 외쳤다.
"가질 레드폭스!!!!"
아인의 손에 형성된것은 거대한 창, 어른 한명 정도의 크기를 지닌 창을 만들어낸 아인은 목소리가 들린곳을 향해 전력으로 집어던졌다.
콰과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쏘아진 창은 맹렬한 폭음과 함께 은신처 건물의 반을 날려버렸다.
가질을 향해 무지막지한 일격을 날린 아인은 재빨리 일어나 근처에 있던 마취약을 마신 후 루시를 향해 달려갔다. 가질이 쳐들어 온 이상 밖에 경계를 나간 리더스는 당했다고 봐야 했으니 자신이라도 루시를 지켜야만 했다.
"루시, 괜찮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루시는 아직까지 기절한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인은 재빨리 기절해 있는 루시를 들쳐 업은채 은신처 뒷문을 향해 달려갔다.
"얼마나 강한 마법을 쓴거냐, 미라젠. 뭐 지금으로선 다행인가"
루시가 깨어있어서 섯불리 싸우려고 했다면 골치아팠을 테니까 말이다. 솔직히 설욕하고 싶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으로선 후퇴가 답이었다.
그리고 뒷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쪽에서 부터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아니 태풍의 전조인 바람이라고 해야하리라-
"철룡의 포효!!"
가질의 목소리와 함께 휘몰아치는 사철의 폭풍. 아인과 루시는 그 폭풍에 휘말려 날려져버렸다.
루시를 감싸며 몇번이고 바닥을 구르는 아인, 분명 마취약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져 있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한가득 느껴졌다.
"크으으으!"
"제법 재밋는 짓거릴 해주셨더구만 패배한 개가!"
가질은 바닥을 구르고 있던 아인의 배를 걷어차며 말했다. 불시에 기습적으로 날아온 창은 가질로서도 꽤나 위협적이었다. 아인을 몇번이고 걷어차면서 분풀이를 하던 가질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발차기에 팔을 들어올려 막았다.
깡-
마치 강철과 강철이 부딪힌듯한 맑은 소리, 가질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공격한 사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누구지? 페어리 테일의 인간이냐?"
"아니, 페어리테일의 인간은 아니지만 말이야. 지금 네가 차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거든"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차고 있던 발을 축으로 반댓발을 가질의 뒤통수를 향해 날렸다. 재빨리 철룡의 비늘을 전개하며 막은 가질은 자신을 향해 두번이나 발차기를 날린 청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청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가질의 손을 피하며 그의 팔꿈치를 향해 무릎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무릎에 느껴지는건 뼈와 살이 부러지는 감촉이 아닌 차갑고 단단한 강철의 감촉. 청년은 무릎에 고통을 느끼며 물러났다.
"단단하군-"
"어떤 마법도 철룡의 비늘의 방어를 뚫을 순 없다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
청년은 그리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그 순간 십수발의 충격이 가질의 복부를 엄습했다. 갑작스런 충격에 금이간 강철비늘, 그리고 그로인한 충격을 입은 가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네 녀석... 정체가 뭐냐."
"드라이, 드라이 슈발리에. 방금 네가 밟은 인간의 동생이다."
청년은 어딘지 즐거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가질은 그러한 드라이를 보며 동시에 크로스 카운터를 날렸다.

"어이, 어이 괜찮은거야?!"
기본적으로 마법에 약했기에 후방 지원으로 밀려나 있던 로키는 순간 은신처로 도망친 루시를 떠올리며 뒤늦게 은신처로 향했다. 오던 도중 리더스가 너덜너덜하게 된 채로 쓰러져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으나 역시 다름이 아닐까 페어리테일의 숨겨진 비빌장소는 이미 완전히 박살나 는 수준이었다.
그 처참한 광경에 로키는 다급히 루시를 찾아 뛰어다녔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흙투성이가 된채 바닥을 구르고 있는 아인과 루시의 모습을.
"로키..?"
"정신차려 아인!"
"크으으! 로키, 루시를 데리고 얼른 가"
"뭐?"
"가질 녀석이 루시를 납치하러 왔어."
"설마 저쪽에서 싸우고 있는게 가질? 그나저나 다른 한명은 대체?"
"내가 아는 사람. 이랄까... 어쨌든 로키, 루시를 부탁한다"
"자, 잠깐 아인 어쩌려고!"
"정해져 있잖아. 그런건-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상처투성이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야 마취약이 완전히 퍼졌는지 활력은 나지 않았지만 몸 여기저기를 괴롭히던 고통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저 녀석을 날려버린다. 아니면 하다 못해 추적은 못할 상황을 만들어 줘야지. 안그럼 끝까지 쫓아올걸?"
"야, 그 몸으로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해야지. 동료를 넘길 순 없는 노릇이잖아"
아인이 뛰쳐나가려는 찰나 로키가 그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잠시, 잠시만 기다려봐"
"왜?"
"추적만 막을 수 있으면 되는거지?"
로키의 말에 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조건만 해결되면 어떻게 쫓아 왔는지 모를 가질을 따돌리는건 금방이었다. 알다시피 이 근방은 페어리테일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일단 가질이 어떻게 이쪽을 찾아 올 수 있었을까?"
"이 은신처를 알고 있었다던가?"
"아냐, 이 근방에 있는 은신처만해도 열몇개정도 돼. 그걸 전부 일일히 다 찾았을리가 없어. 설마 루시에게 추적마법을?"
"그럴리가 없어, 그런게 걸려있었다면 길드에 있었을때 미리 알아챘겠지."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건 단 하나네"
"뭐가?"
"저 가질이란 녀석은 멸룡마도사지? 나츠나 이젤같은"
"그래, 분명히 철의 멸룡마도사였어"
"나츠랑 이젤, 비정상적으로 코가 좋지 않아? 정확히는 감각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러고보니..."
로키의 말에 아인은 나츠와 이젤 두사람에 대해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두사람과는 몇번 함께 행동한 적이 있었고 그리고 그때마다 두사람의 비 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난 감각에 몇번이고 놀란적이 있었다. 특히 후각의 경우엔 개코보다 뛰어난 두사람의 감각에 몇번이나 놀랐던가. 물론 이젤은 몸이 안좋은 탓인지 나츠만은 못했지만 그 후각만해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만약 그 후각이 멸룡마도사의 공통적인 특성이라면?
"설마...?"
"우리 길드에 있는 두 멸룡 마도사인 나츠와 이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
"귀찮게 됐군"
아인은 진심으로 곤란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물론 뒷골목 시절에 경비대가 쓰는 개를 몇번이고 따돌린 적이 있지만 멸룡마도사의 후각은 개 이상, 아니 개의 몇배라고 해도 될 정도- 그런 멸룡마도사의 후각을 피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물에 들어가 있는다고 따돌릴 수 있을리 없을테니.
그렇게 고심하던 중 아인은 문득 부서진 향신료가게와 약재상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그 두 가게의 간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인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외쳤다.
"따라와 로키,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무슨 방법?"
"코가 좋은 녀석들에게 먹힐만한 좋은 방법이 말이야"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부서진 가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큭!"
"훗, 건방 좀 떨었지만 결국은 입만 산 녀석이었군"
가질은 입가에 살짝 흐르는 피를 닦으며 드라이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의 마법에 의해 나름 피해를 입긴 했지만 철룡의 비늘에 의해 방어력에 우위를 점한 가질은 맹렬하기 짝이 없는 공격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짜증나네..."
드라이는 자신만만한 가질의 표정을 보며 속에서 짜증이 치솟음을 느꼈다. 하지만 경거망동 할 수 없는 것이 강철도 우그러뜨리는 자신의 발차기와 주먹이 상대에겐 별로 충격을 주지 못한 탓이었다. 도리어 자신의 손과 발이 아픈 상황.
물론 자신의 마법인 딜레이 임팩트로 인해 수세에 몰리는것만은 피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짜증나는데 누님 한텐 나중에 용서 빌고 '그걸' 사용해버릴까'
드라이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가질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것'만 해금 된다면 눈앞의 멸룡마도사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사용해선 안되었다. 그의 길드는, 그의 '누님'은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뭐냐, 시건방을 떤 주제에 좀 밀리니까 쫀거냐?"
"오냐, 그냥 죽여주마!"
드라이는 가질의 도발에 '그것'을 해금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로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새빨간 구체-
무언가가 '담긴' 새빨간 구체였다.
팡-
풍선터지는 소리와 함께 구체안에 담겨있던 것이 사방팔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구체 안에 들어있던것은 냄새가 독하고 높은 도수의 술과 극도로 맵고 자극적인 향신료들.
향이 강한 그 두가지의 다툼은 당연하게도 안좋은 쪽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가질과 드라이의 후각을 괴롭혔다. 둘다 후각이 개만큼, 혹은 개 이상으로 뛰어났기에 독한 술과 자극적인 향신료가 뒤섞인 불쾌한 냄새의 합주는 그 두사람에게 지옥을 선사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그 둘이 냄새에 의해 괴로워 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하나의 인영이 가질의 눈 앞에 나타났다.
"네... 네놈은!"
"네놈에겐 추가로 선물을 주마!"
역장을 통해 코를 막고 있던 가질의 손을 튕겨낸 아인은 그대로 가질의 코에 무엇인가 잔뜩 뒤섞인 가루를 던졌다. 특제 스파이스와 냄새가 지독한 약초들.
"끄아악!!"
가질은 콧속 점막을 자극하는 가루에 의해 괴로움을 호소하며 후각이 마비될때까지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사이, 로키는 루시를 데리고, 아인은 악취에 의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드라이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허억... 허억..."
"콜록, 콜록-"
탈취용 약재와 근처에 있던 강을 이용해 가질을 따돌린 아인은 옆에서 물을 내뱉고 있는 동생 드라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드라이..."
"아인 형이야 말로.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인거야? 저런 녀석에게 순순히 얻어터지다니"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
아인은 전신에 감겨져있는 붕대를 보여주며 드라이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여긴 어쩐일로 온거야?"
"형을 데리러 온 거야. 우리들의 길드인 '랫 터스크'에. 연구소 출신인 아이들이 모여 만든 우리들의 낙원에!"
드라이의 말을 듣던 아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드라이를 향해 물었다.
"어둠의 길드가 된거냐?"
"당연하잖아. 연구실에 있던 아이들은 대개 금주 실험에 의한 결과물, 표면상에 나올 수 있을리가 없잖아"
"후... 미안하지만 난 그 길드엔 가지 않아"
"어째서! 모두 있다고?!"
"나는 마법국의 실험체가 아닌 아인으로서, 그리고 페어리테일의 마도사로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 마법국이 사라진 이상 우리들은 굳이 어둠속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거야."
"무슨 말이야?"
"어둠의 길드가 아닌 정식 길드가 되자는 거지. 성십마도사의 일원인 마스터 미카로프에게 부탁하면 나같은 예가 있으니까 너희들도..."
"형은 몰라서 그래!"
"드라이!!"
"형은 몰라, 마법국이 사라지고 세상을 떠돌던 우리들이 겪은 일을. 운이 좋았던 형은 모른다고!"
그렇게 외치며 드라이는 무지막지한 도약력을 보이며 아인과 상당히 거리를 벌렸다. 거리가 생기자 좀 진정했는지 드라이는 숨을 고르며 아인을 향해 말했다.
"미안, 형. 좀 갑작스러웠지? 다음엔 츠바이 누나랑 찾아올께-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드라이!!"
아인의 외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드라이는 어느샌가 아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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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일전해서 써봤습니다.

본래는 본편쪽을 좀더 진행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쓰다보니 떡밥뿌리기가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