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공용 창고

"하암... 오늘은 아무도 없나?"

한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길드로 온 아인은 휑한 길드의 안을 보며 미라젠을 향해 물었다. 미라젠은 얼굴을 찡그릴 법한 아인의 모습에도 미소를 전혀 일그러 뜨리지 않으며 아인의 의문에 답을 해줬다.

"아아, 다들 아침부터 일이 있어서 나갔어. 마스터도 위원회 일로 저쪽에 가셨고."

"그래? 흐음, 그냥 일이나 받을까..."

처음엔 카나랑 술내기라도 하러온 아인이었으나 아무도 없자 이내 실망한채 게시판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게시판 앞에 선 아인이 본것은 휑하디 휑한 게시판.

평소때라면 덕지덕지 붙어있다거나 하다 못해 게시판 절반정도는 채우고 있는 게시판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거라고는 마을에서 요청하는 잔심부름 몇가지... 큰일을 해치우고 한동안 쉬는 타입인 아인에게 있어 이러한 잔심부름들은 안중에도 없는 일들이었다.

"미라젠씨, 이 휑한 게시판 광경은 대체...?"

"최근 우리길드에 일이 잘 안들어오고 있어. 다른 길드의 방해인건지 아니면 다른 그냥 일이 없는건지 모르겠지만서도."

미라젠의 말에 아인은 사람도 없고 일도 없는 지금 상황에 짜증을 느꼈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나마 있는 일 중 가장 보수가 괜찮은것을 골라 뜯었다.

아니 뜯으려 했다.

자신의 귓가를 스치며 벽에 박힌 사람 키만한 길이를 지닌 두꺼운 철봉만 아니라면 말이다.

"어...?"

아인이 놀라 손을 멈춘 사이 어느새 3~4개에 달하는 커라란 철봉이 길드 천장을 꿰뚫고 바닥에 박혀들었다. 그제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인은 그대로 영역을 구축하며 아까 철봉이 꿰뚫고 들어온 길드 벽쪽에 영역을 붙여 방벽을 구축했다.

"도미네이트, 배리어 월!"

벽에 들러붙은 아인의 영역은 진흙같던 모습에서 마치 강철과도 같은 매끈함과 튼튼함을 과시하며 벽 뒤에 덧대여졌다. 아인의 영역구축이 끝나기 무섭게 쏟아지는 철봉의 세례-

강철보다 단단한 강도로 구축한 아인의 방벽이었지만 한방한방이 아인이 펼친 방벽을 흔들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5번째 철봉을 튕겨낸 방벽은 그 힘을 다한듯 깨져나갔고 그 직후 6개의 철봉이 길드의 곳곳에 박혀들었다.

잠시 후, 철봉의 비가 멈추자 탁자 밑에 몸을 숨기고 있던 미라젠은 탁자 밑에서 기어나오며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부러진 아인을 향해 물었다.

"괜찮아?"

"아아... 괜찮아."

방벽이 무너지고 난 직후 꿰뚫고 들어온 철봉에 의해 생긴 파편에 얻어맞은것 뿐이라 단순한 타박상만 생긴 아인은 타박상이 생긴 부위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일어났다.

살짝 기절한동인 변한 길드 내부의 광경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저기 꿰뚫려 구멍이 가득한 길드 벽, 중량의 철봉으로 인해 박살난 길드 내부 시설들.

방금전 일어난 철봉의 세례로 인해 박살난 길드의 모습을 보며 아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분노하고 있었다.

어릴적 부터 '있을 곳'이 없었던 아인에게 있어 길드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있을 곳이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그런 길드가 습격당한 것이다. 아무도 없었다고는 하나 자신이 있었는데 습격당한것은 아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아니 열받는 일이었다.

"감히 우리 길드를 습격하다니... 누구냐!!"

급작스럽게 머리에 뻗쳐오른 화를 참지 못한채 뛰어나가는 아인, 부서진 문을 쳐날리며 밖으로 나와 길드를 습격한 범인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한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제가 있었는데도."

"아니 괜찮다. 아무도 안다쳤으니 다행이지."

얼마 뒤, 위원회일을 마치고 온 마카로프를 맞이한 미라젠과 아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마카로프에게 현재 길드의 상황을 말했다. 화를 낼법도 하건만 인자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마카로프의 말에 더더욱 치솟는 화를 삭혀야만 하는 아인이었다.

"이봐 어떻게 된거야!"

"도대체 우리길드가 왜?"

뒤늦게 돌아온 길드원들은 처참한 길드 건물 상태를 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특히 가장 늦게온 나츠와 라이, 이젤의 경우 아까의 아인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터져나갈것 같은 화를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사실 나츠의 경우 당장에라도 범인을 찾으러 나가려 했지만 마카로프가 제압했기에 결국 범인을 찾으러 나가지 못한채 속으로 분을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화를 삭혀라. 길드 건물은 부서졌지만 사람은 무사하다. 건물은 다시 고치면 되는거야. 이런 일로 화를 낼 필요는 없는거야"

마카로프의 말에 다들 어느정도 진정은 됐으나 진정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아인도 그런 이들 중 한명이었다.

"마스터가 그리 말했지만 참을 수 있을까...!"

책임감과 분노를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는 아인은 모두가 마카로프의 말에 따라 삼삼오오모여 집에 돌아갔을때 아인은 뒷골목에 있는 한 주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잘 찾지 않는 그곳은 이 마을의 건달이나 소매치기등 통칭 '쓰레기'로 분류되는 인간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였다. 페어리테일의 마도사가 되고나서는 잘 찾지 않았지만 아인은 연구소 이외에 가장 오랜시간 지낸곳이 뒷골목이었기에 페어리테일과는 별개로 마음이 편한 장소였다.

"아인 형님,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술집의 주인이자 이 지역 일대의 주먹패를 장악하고 있는 카지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인을 보며 반겼다. 아인이 페어리테일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함깨 뒷골목을 전전하던 인연이었기에 카지는 아인의 방문을 무척이나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인을 반기던 카지는 뭔가 심각한 그의 표정에 이상함을 느끼며 아인을 향해 물었다.

"아인 형님 무슨 일이라도...?"

"카지, 간만에 와서 이런부탁은 좀 뭐하다만 애들좀 불러모아서 탐문좀 해줘"

"형님의 부탁이라면야... 뭐에 대해 물어보면 됩니까?"

"오늘 아침쯤에 페어리테일 근처에 있던 수상한 녀석-"

"설마 페어리테일을 습격한 범인을 찾으시려고?"

"탐문만 해주면 돼. 그 이후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뒷골목을 전전할때와 같은 살벌한 분위기. 카지는 간만에 보는 아인의 옛날 모습에 상대에 대한 동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저런 눈을 하고 있는 아인에게 찍힌 상대는 무사한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3시간 뒤, 카지에 의해 모여진 정보를 듣던 아인은 다른 길드의 표식을 지닌 마법사가 마을을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다 그 마법사가 지닌 길드 표식이 팬텀로드고 현재 팬텀로드쪽에서 위험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도.

"카지, 이 소문 어떻게 생각해?"

아인은 한 소매치기가 써낸 소문을 보며 카지에게 물었다.

"팬텀로드가 페어리테일을 노리고 있다라... 사실 정규 마도사 길드간의 협약에 의해 분쟁이 금지 되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지만... 우연이라도 팬텀로드의 마법사가 이곳에 있는 이상 그냥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네요"

"그렇지? 그 팬텀로드의 마법사는 어디 있다고 했지?"

"마을 외곽쪽에서 마을을 살펴보는듯 했습니다만... 바로 찾아가시게요?"

"솔직히 지금 소문과 결부해 봤을때 관계 없다고 생각하긴 힘드네, 안그래?"

"그건 그렇지만서도.."

"좋아, 그럼 일단 습격하고 보자!"

"잠깐 형님! 그거 위험안거 아닙니까?"

"알까보냐! 게다가 틀리다고 해도 저쪽에서 노리고 있다며. 이쪽이 먼저치냐 저쪽이 먼저치냐의 차이일 뿐이야!"

평소엔 이래저래 무관심 일관인 아인이었지만 한번 끓어오르면 이처럼 뒷골목 습성이 튀어나오는 그였다. 그런 아인의 말에 카지는 옛날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한숨을 내쉬며 그 마법사가 있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주었다.

"몸 조심하세요 아인형님."

"어디가서 그냥 당할 실력은 아니니까 걱정마"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술집을 나섰다.



"어째 반응이 약한걸... 역시 길드원쪽을 습격하는쪽이 나았으려나?"

"그게 무슨 말일까나."

마을 외곽에서 페어리테일의 동태를 살피던 팬텀로드의 S급 마도사중 한명인 가질 레드폭스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주먹을 으득거리며 진득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인영이 하나 보였다. 어깨에 보이는 것은 페어리테일의 문장. 아마 페어리테일의 마도사리라.

"너는 페어리테일의 마도사인가?"

"그래, 네 녀석이 오늘 아침 우리 길드를 습격한 녀석이겠지?"

"그렇다면?"

"죽어-"

갑자기 나타난 인영에게서 지어지는 미소, 아니 살소(殺笑) 이미 갑자기 나타난 인영은 가질을 죽이기로 마음 먹은 상태였다.

"스피어-"

쏘아지는 반투명한 섬광. 가질은 갑작스럽게 쏘아진 섬광을 머리를 옆으로 숙이는 것으로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네 녀석 정도의 실력으로?"

"알게 뭐야. 넌 그냥 죽어주면 돼"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쏟아져내리는 반투명한 창의 세례. 사방팔방을 모두 점하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피하기 난감한 공격이었다. 그리고 공격은 전부 확실히 가질의 전신을 강타했다.

"큭! 그렇게 날카로운 편은 아니지만 위력은 제법이군"

"그걸 맨몸으로 버텨내?"

"너, 이름이 뭐지?"

"아인, 페어리테일의 마도사 아인 아니무스. 네녀석은?"

"팬텀로드의 S급 마도사 가질 레드폭스-"

가질의 말과 함께 그의 팔에서 쏘아지는 철봉. 어제 페어리테일을 엉망으로 만든 철봉과 같은 형태의 철봉이었다.

"이 철봉은 확실히 아침에 우리길드에 떨어진 철봉과 같은 거네-"

아인은 그렇게 말하며 스피어를 나선으로 비틀어 전개했다. 아까의 스피어와는 틀리게 관통력이 높을 듯한 형태였다.

"이것도 한번 맨몸으로 버텨보시지-"

아인의 말이 떨어지가 쏘아지는 나선의 스피어. 맹렬한 회전까지 더해진 아인의 공격은 아까와 위력과 속도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쾅- 쾅-

가질에게 작렬하는 두개의 스피어, 하지만 사람 몸 정도는 가볍게 관통해야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건만 이상하게도 박힌... 아니 튕겨나간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위력 제법이잖아."

"응?"

"하지만 이몸에게 상처를 줄 정도는 못되는걸?"

저물어가는 어둠속에서 아인은 가질의 피부 전신을 뒤덮고 있는 은빛을 볼 수 있었다. 신체의 강철화. 아까의 손에서 생겨난 철봉과 합쳐 생각해 봤을때 아인은 이내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너... 멸룡 마도사냐?"

"흐음? 아는 거냐 멸룡마도사를?"

"우리길드에도 한명 있으니까."

아인은 불의 멸룡마도사이자 길드내 최고 문제아중 한명인 나츠 드래그닐에 대해서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자신과 비슷한 등급대의 마도사 중에서 유일하게 1승도 따지 못한 못한 존재. 불의 멸룡마도사 나츠 드래그닐- 사실 전투방식만 따지면 다른 녀석들에 비해 틈이 많았지만 멸룡마법의 압도적인 위력과 나츠의 폭발적인 전투력은 아인에게 있어서 천적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멸룡마도사가 페어리테일 길드 건물을 습격한 범인 이라니...

'좀 위험하게 됐군'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쥐꼬리 만큼도 없었다. 자신의 길드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존재를 눈 앞에서 보낼 생각따윈 없었으니까 말이다.

"도미네이트-"

오른팔에 영역을 휘감은 아인은 견제를 위해 왼손에 스피어를 형성하며 쏘아보냈다. 당연하게도 가질의 은빛 강철 피부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했지만 견제였기에 기대도 안했다.

"뭐야 갑자기 재미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가질은 너무나도 가벼운 견제에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아인을 향해 철룡곤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쏘아져 아인을 꿰뚫으려는 철룡곤이었지만 어느새 아인은 철룡곤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음?"

갑작스럽게 사라진 아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가질은 재빨리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옆이나 뒤로 도망쳤다면 먼지가 가라앉은 직후 보였을 테니 보이지 않는다면 남는 곳은 오직 하늘 뿐이었다.

"역시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아인을 향해 철룡곤을 찔러넣는 가질- 하지만 아인은 허공을 박차며 가질의 철룡곤을 피해 올라탔다. 그리고 미끄러지듯이 철룡곤을 타고 내려오는 아인을 보며 가질은 철룡곤에서 무수한 철룡곤을 만들어내 아인을 요격했다.

"이크!"

갑자기 철룡곤에서 솓아 오르는 무수한 철룡곤을 보며 아인은 솓아오르는 철룡곤은 잡아 뛰어오르며 오른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오른팔에 감겨 있던 영역은 수개의 꼬리처럼 갈라지며 가질을 향해 쏘아졌다.

"식스 테일즈!"

휘몰아치는 6개의 꼬리는 맹렬한 속도로 가질의 몸을 향해 쏘아졌으나 가질의 몸을 상처입히기에는 위력이 모자랐다. 가질은 무위로 돌아간 아인의 공격을 보며 비웃음 흘렸다.

"어이어이 고작 이정도 위력인가?"

"위력을 노리고 한게 아니거든 이 기술은!"

가질의 몸을 상처입히지 못하고 튕겨난 여섯개의 꼬리는 어느새 가질의 몸을 휘감으며 가질의 몸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역시 철로 된 몸이라 그런지 무거움이 상당했지만 아인은 무리해가면서 가질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솔직히 지금 아인에게 가질의 철의 비늘을 뚫을 방법이 거의 없었기에 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뭣!"

"그 철의 비늘이 충격에서도 몸을 보호해주나 보자!"

자신의 공격중에서도 꽤나 상위권의 위력을 지닌 드릴 스피어가 통하지 않자 아인이 생각해낸 방법은 다름이닌 떨구기. 보통 이러한 류의 마법은 몸 외부는 보호할 지언정 내부마저 보호하는 경우는 잘 없었기 때문에 결정한 공략법이었다.

하늘로 집어던진 가질을 따라 뛰어오른 아인은 그대로 식스테일을 다시 가질의 몸에 휘감은채 전력으로 후려치기를 날렸다.

"식스 테일즈 스파이럴 드롭!!"

휘감겨있던 꼬리들이 맹렬히 풀리며 가질의 몸에 회전을 가하기 시작했다. 회전이 더해진 고속의 낙하. 보통사람이라면 보호 마법을 걸더라도 확실하게 죽을 법한 위력으로 가질이 낙하했다.

쿵-

요란한 굉음과 함께 머리부터 쳐박힌 가질의 몸. 보통이라면 확실히 죽었을 것이나 상대는 멸룡 마도사. 이것으로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영역 전개! 슈팅스타!!"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탄우. 솔직히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가 멸룡마도사인 이상 이정도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은 재빨리 영역을 재구축해가며 땅에 박힌 가질의 상태를 살폈다.

대략 20초 정도 지났을까. 땅에 박혀있던 가질은 가볍게 땅에 박혀있던 몸을 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야야야. 이번건 제법 아팠다고."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너스레를 떠는 가질을 보며 아인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큭... 그걸로도 무리였다면. 위험한걸..."

가질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아인은 재구축한 영역을 넓게 퍼트렸다. 아니나 다를까 가질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인을 향해 접근하며 팔을 찔러넣었다.

"아까의 답례를 해주지. 꽤 아팠다고 아까건-"

어느새 창으로 변한 가질의 손이 아인의 가슴을 향해 쏘아졌고 아인은 그것을 보며 침음 성을 흘렸다. 재빨리 방벽을 전개해 일차적으로 가질의 창을 막아낸 아인은 발밑에 전개해 둔 영역을 밟으며 뛰어 올랐다.

"촐싹촐싹 잘도 도망치는군!"

가질은 창을 주춧대로 삼아 뛰어오르며 다리를 칼로 바꿔 아인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칼날을 보며 다시한번 도약하는 아인, 그런 아인을 보며 가질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도약이 특기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저러한 짓을 하는건 불가능했다.

'아무것도 없다?'

가질은 뭔가 놓치는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뒤이어진 아인의 공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철룡의 비늘로 아인의 공격을 받아냈다. 아까 철룡의 비늘로 받아낸 나선창과 같은 형태의 공격- 가질은 귀찮음을 느끼면서 철룡곤을 아인을 향해 쏘아보냈다.

아인은 이번에도 있을 수 없는 도약을 보이며 철룡곤의 범위로부터 벗어났다. 그것을 미심쩍게 생각한 가질은 눈을 찌푸리며 아인의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인의 주변에 퍼져있는 수많은 '발판'의 존재를-

"과연, 그런것이었나."

가질은 그재서야 상식을 벗어난 아인의 도약의 이유를 알아채고 미소를 지었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발판을 이용한 도약, 그것이 아인의 상식외 도약의 정체였다.

그것을 알아낸 가질이 아인을 상대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고도 간단한 방법이었다.

"철룡의..."

숨을 한껏 들이켜 몸안에 있는 철정을 불리고 조각내 쇳가루로 만든다. 그리고 쪼개진 쇳조각은 들이킨 숨과 뒤섞여 맹렬한 철의 폭풍을 폐속에 만들고 그리고 그 폭풍은 마력을 받아 한층 더 맹렬해져간다. 그것을 내뿜는 것이 바로 멸룡마법의 대표기술중 하나이자 공통 기술인...

"포효!!!!"

용의 숨-

통칭 브레스라 불리는 용의 포효가 아인이 있는 방향을 향해 넓게 퍼져나가며 쏘아졌다. 철가루가 가득한 마력의 회오리 바람은 아인이 퍼트려둔 발판을 모조리 박살내고 분쇄하고 날려버리며 아인을 향해 날아갔다. 물론 범위를 넓힌 만큼 위력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렇다 해도 용의 포효. 보통의 마법과는 위력을 달리하고 있었다.

"큭..! 이중 방벽!!"

발판이 모조리 날아간 이상 아인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방어를 굳히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범위가 넓지 않았다면 발판을 만들어 도약하는 방법을 썼을 터이나 한 두번의 도약으로 피할만한 범위가 아니었기에 방어룰 굳히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실수 였다.

"철룡창 귀신!"

철룡의 포효때문에 아인이 가드를 굳힌 순간 가질은 그대로 철룡창을 전개하며 아인을 향해 뛰어 올랐다. 철룡의 포효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방벽은 가질의 철룡창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무기력하게 박살난 방벽은 아인의 피와 함께 유리처럼 산산히 흩어졌다.

"큭!"

"체크 메이트다!"

철룡창 귀신으로 아인의 옆구리를 꿰뚫은 가질은 그의 몸에 올라타며 그대로 가슴에 철룡곤을 날렸다. 가슴이 부서질까 걱정될 정도의 위력의 철룡곤이 아인의 가슴을 강타하고 가슴을 강타당한 아인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쾅!

아까 가질이 떨어졌을때 만큼은 아니지만 요란한 굉음. 가질은 뻐근한 목을 풀며 아인이 추락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스로 죽지는 않았는지 미약한 숨소리가 가질에게 들려왔다. 마무리를 날릴까 고민하던 가질은 더 좋은 생각이 난듯 숨이 겨우 붙어 있는 아인을 들쳐메고 마을 중앙에 있는 나무로 향했다.

싸우던 중 심야가 된 탓인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가질은 여유롭게 아인을 나무에 걸어 메달았다. 사실 그대로 다른 마법사들과 싸우는 것도 고려해 봤으나 목적은 유인이지 습격 그 자체가 아니었다. 필요없는 싸움은 자재하고 나중을 위해 비축해두는 편이 좋았다.

"좋아좋아 이제 표시만 남겨두면 되겠지?"

가질은 아인이 흘린 바닥에 흥건한 피로 옷이 찢어지는 바람에 드러난 상반신에 그림을 그렸다.

바로 자신의 길드인 팬텀 로드의 마크를-

이걸로 아인이 누구에게 습격당했는지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기대 되는걸 내일이"

가질은 주변에 있는 철책을 뜯어 먹은 후 자신이 한 작품을 잠시동안 감상하며 길드로 돌아갔다.

내일 있을 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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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 급하게 4화입니다.



팬텀로드편. 역시 공통된 이벤트하면 이게 가장 적절하겠죠.



그러한 관계로 팬텀로드편 갑니다